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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떼기 2단계 - 문자인지

2012-04-13 09:34:04

한글떼기 2단계 - 문자 인지

아이가 '사과'라는 글자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빨갛고 둥그스름한 먹을 것'과 '사과'라는 말소리, 그리고 '사과'라는 글자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사물을 인지하는 아이는 하나의 사물이 하나의 기호와 대응하는 상징의 세계를 경험한 아이입니다. 냉장고에 있는 사과든, 과일가게에 있는 사과든, 책 속 그림에 있는 사과든 '빨갛고 둥그스름한 먹을 것'은 모두 '사과'라는 말소리 하나로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아이의 인식에 있어 획기적인 일입니다. 아이는 이제 추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글자 배우기는 말 배우기 보다 오래 걸린다
'빨갛고 둥그스름한 먹을 것'과 '사과'라는 말소리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됐으면 이제 사과라는 말소리와 '사과'라는 글자가 같은 것이라는 알아야 합니다. 한 번 추상의 세계를 경험했기 때문에 글자라는 또다른 추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말소리는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서 끊임없이 '나비야' '나무란다' '꽃이야'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산책 도중에 '나비' '나무' '꽃'이라고 쉴새없이 써서 보여주기는 쉽지 않은 일이죠.

따라서 글자 배우기는 말 배우기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종종 아이에게 '빨갛고 둥그스름한 먹을 것'이 '사과'라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사과'라는 말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려 주었는지는 잊어 버리고, 아이가 '사과'라는 글자를 왜 못 알아 보는지 의아해 합니다.

하나의 사물과 하나의 문자가 일대일 대응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아이가 '사과'라는 글자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빨갛고 둥그스름한 먹을 것'과 '사과'라는 말소리, 그리고 '사과'라는 글자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런 느낌이 없는 아이에게는 '사과'라는 글자나 벽지 무늬나 똑같이 별 의미없는 그림으로 느껴집니다.

따라서 처음 글자가 도입되는 이 단계에서는 아이가 놀이를 통해 서서히 문자의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반복해서 자꾸 보게 되면 나중에는 문자만 보고 그 사물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나중의 일이고 처음에는 하나의 사물과 하나의 문자가 서로 일대일 대응이 된다는 것을 알 뿐입니다. 각각의 느낌이 왠지 모르게 다르다는 느낌이 있을 뿐입니다.

실제 사물과 말소리, 그리고 글자 사이의 연관에 대한 이해없이 한글 떼기를 강요받는다면 한글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학습 전체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문자인지를 위한 실천법

1 그림카드를 문자 카드로 가립니다
아기가 좋아하는 나비와 토끼, 꽃 그림을 벽에 붙여 두고서 한참을 보여 준 다음에, 아이가 이제 눈 감고도 그림 있는 곳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되면 문자 카드를 만들어 덮어 줍니다. 그리고서 아이에게 '나비가 어디에 숨었을까?' 물으면 아이는 '나비 없다, 없어'하면서 이곳 저곳을 마구 들쳐 볼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나비가 어디 있더라?' 하면 그쪽으로 가지고 않고 손으로 가리키기만 할 것입니다. 이 때에도 엄마가 반드시 문자카드를 들춰서 그 뒤에 숨어 있는 그림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문자와 그림이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아이 머리 속에 새겨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물 찾기 놀이를 통해서 자꾸 문자를 쳐다보는 것이 문자 인지의 시작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문자를 '사물을 나타내는 또다른 그림'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2 문자 인지는 좋아하는 사물부터 시작
문자 학습은 아이가 좋아하는 사물부터 시작해야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가 잘 됩니다. 엄마는 아이가 '나비'라는 문자를 한 번 더 봐 주기를 바라지만 아이는 단지 자기가 좋아하는 나비 그림을 찾아다닌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아이는 숨어 있는 나비 그림을 찾아다니면서 계속해서 문자를 봄으로써 자극을 받게 됩니다.
또한 아무리 문자 구조가 복잡하고 길다 해도 아이가 좋아하는 사물이라면 그 사물의 이미지 때문에 문자를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 이럴 땐 어떻게?
Q: 아이에게 처음 '사과'라는 글자를 빨간색 펜으로 써서 보여 주었습니다. 아이는 사과를 무척 좋아해서 금방 '사과' '사과'하면서 알아맞춰서 글자를 알아 본 줄 알고 좋아햇는데, 나중에는 빨간색으로 쓴 문자를 전부 사과라고 말합니다.

A: 문자 도입 단계의 아이는 하나의 사물과 하나의 문자가 일대일 대응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어른과는 달리 아주 간단한 특징만으로 문자를 구별합니다. 어떤 아이는 'ㅅ'이 있는 것은 사과, 'ㅂ'이 있는 것은 바나나라는 식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사슴'을 보고 사과라고 떼를 쓰기도 합니다.
빨간 색 글자는 모두 사과라고 말하는 아이는 똑같은 색인데 어째서 다른 사물이 숨어 있을가 고민할지도 모릅니다. 이 고민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러므로 아이의 느낌을 인정하면서 적당히 갈등하게 하는 것이 한글 놀이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